요즘 날도 많이 풀리고 걷기에 딱 좋을 것 같아서 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가볍게 트레킹 하기로 했다.
걷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은 바로 청운동 ‘중국’이란 중국집이다. 입맛 까다로운 우리 엄마가 인정한 짬뽕 맛집 중 하나로 집에선 꽤 먼데도 종종 들르시는 단골집이다. ‘중국’ 이름만 듣고 찾아가면 모르고 지나칠 법한 곳이다. 외관은 정말 말 그대로 중국집같이 생겼다.



이곳은 특히 이 동네에서 잘 알려진 맛집으로 줄 서서 먹는 집이다. 일요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, 오전 10시에 열고 재료 소진 시까지 영업한다. 보통 영업시간은 3시간 이내로 매우 짧고, 늦게 가면 먹고 싶은 메뉴가 금방 소진되어서 못 먹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는 게 좋다.

도착하자마자 시간을 확인하니 10시 10분이었는데 웬걸 사람들이 여럿 줄 서 있었다. 엄마는 이 시간대에는 보통 바로 들어갔었다면서 의아해하셨는데 곧장 우리는 지하철역을 나오는 길에 등산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로 붐비던 모습이 떠올랐다. 날이 풀리면서 주말에 다들 밖으로 나온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닐까 추측했다.

한 25분은 기다린 것 같다.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주인께서 나오셔서 주문을 미리 받았고 탕수육과 짜장면 하나, 짬뽕 두 개를 시켰다.

들어가서 앉자마자 나온 기본 세팅이다. 양파와 단무지, 그리고 빠스다. 다들 아침을 안 먹고 배고팠던지라 하나둘씩 집어 먹고 접시를 비웠다.

그리고 드디어 가장 먼저 탕수육이 나왔다. 일반 중국집에서 보던 탕수육보다 크기가 작고 얇아 한입에 먹기 딱 좋다. 바로 튀겨서 나온 바삭한 고기들과 소스가 잘 버무려졌고 일단 맛있었다. 사실 이전에 먹었던 깐풍기가 살짝 매콤해서 더 내 취향이긴 하지만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들과 왔을 땐 탕수육이 제격인 것 같다.

다음은 짜장면이다. 이곳에 오면 주로 짬뽕을 먹지만 짜장면도 무난하게 간이 세지 않으면서 맛있다.

이 집에 와서 무조건 먹는 메뉴인 짬뽕이다. 그렇게 맵지도 않고 국물이 참 깔끔하고 담백하다.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찾게 되는 맛이다. 자극적인 맛을 생각하고 이 짬뽕을 찾는다면 실망하겠지만, 평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곳에서 꼭 짬뽕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.

점심을 먹은 후 근방에 있는 북악산을 가기로 했다.
54년 만에 완전히 개방되었다는 북악산이지만 나는 특히 초행길이었기 때문에 가파르거나 힘든 길은 피하기로 했다.

청운중학교 큰길을 따라 올라가서 윤동주 문학관을 지나 쭉 올라가니 나온 ‘한양도성 가는 길’이라 쓰여 있는 작은 터널이 보인다.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 오르기의 시작이었다.





북악스카이웨이 길을 지나 도착한 팔각정이다. 팔각정에서 보이는 북한산의 모습이다. 팔각정은 밤 야경도 예쁘다던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와봐야겠다.


우리는 팔각정에서 잠시 있다가 곧장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한다. 약간의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한 길이다. 큰 도로 길을 따라 걷는 게 아니라 산 안쪽 길을 선택해서 걸어 내려갔는데, 그 중간에 위치한 동마루에 있는 의자에 잠깐 앉아 준비해 온 커피와 과일들을 먹었다. 살짝 추웠는데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몸도 녹고 힘도 났다. 잠시 쉰 후 발걸음을 뗐다.
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이 구간에서 몸소 체험했다. 내려가는 계단을 밟으면서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던지. 나의 운동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.

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인 길상사에 도착했다. 우리에겐 ‘무소유’로 잘 알려진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곳이기도 하다.

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극락전이다.


주변을 돌다가 법정스님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다는 진영각으로 갔다.
이 진영각은 법정스님의 진영을 모시고, 영정과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. 진영각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카메라를 끄고 조용히 들어갔다 나왔다.


진영각에서 나오는 길 끝에 보이는 길상7층보탑이다. 부모님을 따라 탑돌이도 했다.
절은 항상 어떤 절을 가든 상관없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. 자연과 절의 어우러짐이 그 특유의 안락함을 주기 때문일까. 절과 함께 내 마음도 차분해지고 기분도 한층 더 나아졌다.
부모님과 함께한 하루 반나절 참 알차게 보냈다. 오랜만에 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. 날은 조금 풀렸지만 아직은 얼었던 땅이 갓 녹은 곳도 있고 버석하게 마른 낙엽들을 밟으며 걸었는데, 다음에 날이 더 따뜻해져서 꽃이 필 때쯤 이 길을 걸어서 더 예쁜 풍경을 눈에 담아봐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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